자기개발

다시 태어난 뇌세포

NewULife LEGENDARY 2015. 2. 25. 08:20

다시 태어난 뇌세포

 

-도종환


 오늘도 뇌세포 한 포기 없어졌다
 없어진 그는 슬플 때 눈물을 내라는 명령자이다

 

 처음부터 슬픔을 슬픔으로 기쁨도 슬픔으로 오독하는
 나는 내 몸의 모든 세포가 망가져도
 눈물 지령 세포는 끝내 남는다는 믿음, 그 믿음에
 나는 오늘 배반당했다

 

 그때 나는 눈물샘을 단칼에 도려내고 싶었다
 화살과 총과 곡괭이와 쇠망치로
 삼류극장 육체파 앞에서 안방 멜로 드라마 앞에서
 예식장 혼인서약장에서 남녀의 부등켜 안은 사랑앞에서
 체면도 없이 물을 엎지르는 눈물 세포를
 얼마나 두들겨 팼던가

 망치의 모가 닳아 빤질한 다리미 판이 되어도
 눈물 세포 한 포기 쳐부수지 못했는데

 

 오늘 나는 문득 아주 슬픈 한 장의 삶 앞에
 앉아 있지만
 내 눈은 말똥말똥 주먹만 쥐고 있다

 눈물없는 내 마음에 내 몸이 소스라쳐 놀란다
 몸이 마음을 짓씹으며 떠나고 싶도록
 두꺼운 배신감이 차오른다

 

 망치로도 세포 한 둘쯤 길들일 수 있구나

 나는 슬프지 않으려고


 뇌세포 한 모퉁이가 눈물세포 말고도 다른 세포들이
 이미 나를 떠나고 없다는
 사실에 슬프지 않으려고
 나는 내 마음에게 타이르며 달랬다

 

 겁내지마 참아야 해
 슬픔이 없다는 사실을
 발표해선 안 되네

 

 나는 망치 이빨이 깊이 깨문 뇌세포
 한 자락을 하늘에 올려보냈다
 없어짐이 잠깐 멈추었다
 세포 꼬리가 천천히 조금 망가지다 말다
 하는 때도 있었다

(세포가 다 망가지면 인간이란 이름을 포기해야
 인간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내 마음을
 하나님이 접수했는지?)

 

어느날 갑자기 나의 상황이 뒤바뀌었다
뇌세포 컴퓨터에 없어진 꽃 이름이 꽃씨처럼 돋아난다 
호박꽃, 할미꽃, 산나리, 민들레, 아이비
없어진 사람 이름이 별씨처럼 솟아난다
 숙자, 영자, 복자, 강자, 부자.
없어진 나무 이름이 강 이름이 산 이름이
 모오두 손을 잡고 한꺼번에 걸어나온다

 

 걸어나옴은 또 있네
 새로운 세포 한 알씩 톡. 톡.
세상 아름답게 느끼는
 사람 깨끗하게 느끼는
 태풍 부드럽게 느끼는

 

 세포 하나씩 태어나 어린 아이로
 내 머리를 꽉 메우는구나
 꽉 들어참으로 가벼워진
 내 머리 무진장으로 가쁜하다.

 

 

 

잘 모르면 되돌아 가야해!!! 횡단선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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