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발

인생면허시험

NewULife LEGENDARY 2015. 11. 18. 08:29

인생면허시험


위로의 말은 대체로 진부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이 시대 멘토를 자처하는 수많은 명사의 명언이 공허한 것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섣부른 조언을 하려 들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는 건 정답을 몰라서가 아니다. 대체로 답은 이미 본인의 마음속에 있다. 다만 문제를 직시하고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과 시간이 필요할 따름이다.

​때론 위대한 현자(賢者)가 전하는 진리보다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인생면허시험'은 적절한 순간 적당한 한 마디가 우리에게 어떤 위안과 휴식이 되어주는지 정확히 묘사하는 영화다.

​뉴욕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웬디(패트리샤 클락슨)는 남편의 외도로 위기를 맞는다. 21년의 결혼생활 중 벌써 3번째 외도지만 그녀는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는 걸 직감한다. 웬

디는 이혼의 위기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시골에 사는 딸이 자신의 집으로 잠시 오라고 하지만 그녀는 평생 운전대를 잡아본 적도 없다. 웬디는 어느 날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택시운전사 다르완(벤 킹슬리)에게 호감을 느끼고 운전 교습을 받아보기로 마음먹는다. 이혼과 운전면허를 함께 준비하는 그녀는 다르완의 차분한 태도에 위안을 얻는다. 한편 정치 망명자인 다르완은 고국 여동생의 소개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렇게 이혼을 앞둔 여자와 결혼을 앞둔 남자 사이 흔치 않은 교감이 싹트기 시작한다.서로 다른 현실 맞이한 남녀의 교감 주연 배우 연기력·담백한 연출 일품소재와 외견만 보면 얼핏 흔하디 흔한 힐링 영화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운전과 인생의 공통점을 비교하며 설교를 늘어놓았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면허시험'은 신중하고 섬세하다. 섣불리 답이 정해진 감동을 끌어내려 욕심부리지 않고 배우들의 풍부한 표정, 인물의 당연한 반응에 집중한다.

​전반적으로 절제된 연출과 압축된 장면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대신 관객이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두 중견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을 믿고 십분 활용한 현명한 선택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위로를 건네는 자의 태도에 대해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대개 조언이란 스스로 하는 다짐인 경우가 많다. 다르완이 웬디에게 건네는 운전의 법칙, 그 두루뭉술한 격언들에서 위안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말의 힘이 아니라 말을 건네는 사람의 태도 덕분이다.

​상처받은 이들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진리나 지혜의 말씀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다음 걸음으로 내디딜 수 있도록 잠시 손을 잡아주는 작은 선의, 그거면 충분하다.

​그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는 성실한 연출이 담백하고 깊은 맛을 낸다. 힐링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아 더 위안이 되는, 결이 고운 영화다.

- ​송경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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